#4 온도가 높으면 발효가 빠를까? 사워프렌즈가 발견한 의외의 진실
솔직히, 전체 평균 온도는 발효의 피크를 예측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없어요.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특정 순간'의 온도랍니다. 주방 환경의 온도, 그리고 초반 온도의 추이. 이 두 가지 조합이야말로 정답을 향한 진짜 시그널이예요.

온도에 대한 오해
"온도가 높을수록 발효가 빨라진다."
발효를 공부해본 분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기본 원리예요. 효모와 유산균은 따뜻할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주방 온도를 신경 쓰고, 여름엔 빠르게, 겨울엔 느리게 발효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예상과 조금 다른 걸 발견했어요.

온도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워프렌즈는 두 가지 온도를 동시에 기록해요.
컨테이너 내부 온도
스타터가 담긴 용기 안의 온도예요. 기기가 발효 단계에 따라 직접 조절해요. 발효 초반엔 26°C 안팎을 유지하다가, 피크 이후 냉장 모드로 전환되면 10°C 이하로 내려가요.
주방 환경 온도
기기 주변 공기의 온도예요. 사용자가 사는 환경에 따라 8°C에서 41°C까지 다양하게 분포했어요.
그럼 어느 온도가 발효 속도와 더 관련이 있을까요?
기계도 어쩌지 못하는 '주방 환경의 날씨'

프로덕트를 만들다 보면 데이터가 보내는 이상한 시그널과 마주하곤 합니다.
발효 피크 시각을 예측하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만지던 우리 팀에게, 기기 내부의 평균 온도가 바로 그런 시그널이었습니다.
분명 가장 중요해 보이는 데이터인데, 이상하게도 피크 예측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죠.
박스플롯(Boxplot) 그래프를 열어보고서야 우리는 진짜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1. 스크립트된 '노이즈' vs 살아있는 '시그널'
기기 내부 온도(containerTemp)는 사실 철저히 통제된 연극이었습니다. 발효 단계별로 기기가 알아서 온도를 딱딱 맞추고 있거든요.
(A1 단계에선 26°C로 따뜻하게, A3 단계에선 15°C로 차갑게).
"기계가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 데이터는 예측 모델에게 그저 노이즈일 뿐이다."
반면, 기기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주방 온도(ambientTemp)였죠. 겨울철 베란다의 8°C부터 한여름 가스레인지 옆의 41°C까지, 통제 불가능한 날것의 환경 데이터야말로 미생물의 생물학적 리듬을 바꾸는 진짜 '시그널'이었던 셈입니다.
2. 펠티어의 역설: 내부가 차가워질수록 외부가 뜨거워지는 이유
내부 온도와 외부 주방 온도의 상관계수를 보니 역방향(r = -0.39)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통념대로라면 주방이 따뜻할 때 기기 안도 따뜻해야 할 것 같은데, 왜 반대로 움직였을까요?
비밀은 냉각을 담당하는 펠티어(Peltier) 소자에 있었습니다.
기기가 내부 온도를 15°C(A3 단계)까지 낮추기 위해 격렬하게 냉각 기능을 가동하면, 펠티어 소자는 그만큼의 열을 기기 밖으로 뿜어냅니다.
결국 기기 안이 차가워질수록, 역설적으로 주변 주방 온도는 더 후끈해지거나 에어컨이 없는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기묘한 음의 기울기(r = -0.10)를 그려낸 것이죠.
기계의 통제를 뚫고 들어오는 '주방의 날씨'가 발효 속도를 바꾸는 숨은 열쇠였던 셈입니다.
'발효가 정점에 달했을 때의 온도'는 우리에게 강력한 힌트가 되었어요.
피크 시점에 온도가 낮았던 세션일수록 발효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어 전체 시간이 길어졌거든요.

즉, 피크 시점의 온도는 그 발효가 얼마나 천천히 진행됐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예요.
하지만 정점일 때의 온도는 진짜로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는 '미래의 데이터'잖아요? 미리 시간을 맞춰야 하는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영리한 우회로를 찾았습니다. **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초반 1~2시간'

미래로 타임머신을 탈 수 없다면, '처음 시작할 때의 1~2시간'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죠.
마라톤 선수의 첫 5분 페이스를 보면 전체 기록을 예상할 수 있듯, 초반 1~2시간 동안 온도가 상승하는 흐름과 기울기를 보면 이후 발효 속도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어요.
이게 실제로 의미하는 것
사워프렌즈를 사용하면서 "기기가 알아서 온도를 맞춰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절반은 맞아요.
기기 내부는 저희가 관리해요. 하지만 주방 환경까지 통제할 수는 없어요. 한여름 에어컨 없는 주방과, 한겨울 보일러 켠 주방은 같은 세팅이어도 발효가 다르게 흘러가요.
그래서 저희 예측 모델은 주방 온도도 함께 읽어요. 내 손이 닿지 않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더 정확하게 피크 시각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대충 뭉뚱그린 평균 숫자에 속지 않는 것. 그리고 기계가 통제하지 못하는 주변 환경과 초반의 작은 흐름에 집요하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팀 토스터즈가 데이터를 통해 프로덕트를 더 똑똑하게 진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시리즈를 마치며
4편에 걸쳐 저희가 발효 데이터에서 발견한 것들을 공유했어요. 요약하면 이렇게 돼요.
- 발효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은 모두 S자 곡선을 따라요
- 초반 2시간의 성장 속도가 피크를 가장 잘 예측하는 신호예요
- 온도는 어떤 시점의 온도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보가 돼요
이 모든 발견이 결국 하나의 기능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발효를 시작하고 2시간쯤 지났을 때,
사워프렌즈가 "오늘 피크는 오후 3시쯤 올 것 같아요" 라고 말해주는 것.
사워프렌즈는 뭉뚱그려진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신호를 찾기 위해 매일 수많은 발효 데이터를 축적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정답을 증명해 나가는 토스터즈의 다음 여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이어질 다음 이야기도 놓치지 마세요!
